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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과로와 박봉에 시달리는 비서 ‘하퍼’와 ‘찰리’. 밤낮 구분 없이 혹사시키는 일 중독 상사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는 날로 심해지고, 괴팍한 상사를 위해 더 이상 청춘을 낭비하면 안되겠다고 결심한다. 만약 상사가 싱글이 아니라면 자신의 삶에도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 두 사람은 서로의 상사를 연인으로 만들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게 되는데…
평점
7.2 (2018.01.01 개봉)
감독
클레어 스캔론
출연
조이 도이치, 글렌 파월, 루시 리우, 테이 딕스, 조안 스몰스, 메러디스 하그너, 피트 데이비슨, 존 러드니스키, 타이터스 버지스, 아론 코스타 가니스, 노아 로빈스, 랄프 바이어스, 매디슨 아놀드, 제이크 로빈슨, 코디 칼라피오르, 세레나 버먼, 케이트 미들턴

뉴욕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는 질리도록 본 것 같다. 하지만 대표작을 대라고 하면 뚜렷히 생각하는 건 없는데 그 이유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고나면 일과 사랑, 자아찾기가 모두 완성되는 듯한 단순한 해결이 똑같이 반복된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이런 종류의 로맨스는 잘 찾아보지 않았는데 글렌 파웰이 나온다길래 보게 되었다.

영화의 영어제목은 set it up 우리나라에서는 “상사에 대처하는 로멘틱한 자세”로 올라와있다. 영어제목이나 한국어제목이나 딱히 영화를 잘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제목이 뭔들 아무렴 어떤가 글렌 파웰이랑 루시 리우가 나오는데… 주조연 4명이서 얼굴대잔치 일당백 하고 있는데 무조건 봐야지.

이 영화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두 워커홀릭 상사의 비서인 인물들이 상사의 연애사업 비선이 되어 자신들의 워라밸을 쟁취하는 내용이다. 일에 미친 상사와 과중한 업무로 미쳐버린 비서의 모습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보이기 때문에 이 영화의 설정이 더 흥미롭게 와닿는건 아닐까. 상사의 히스테리를 복수라는 방법보다 사랑을 통해 극복하려는 모습들이 결국 모든 갈등은 사랑으로 해결해야한다는 히피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의 연애사업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영화를 직접 보면서 판단하는게 좋을 것 같고, 이 영화에서 느꼈던 사랑스러운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일을 바라보는 시선

줄거리에서 나오듯 주인공들의 연애사업의 동기는 초과근무를 피하기 위한 꾀에서부터 출발하지만 여자주인공인 하퍼 (조이 도이치)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스포츠 전문 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성공한 스포츠 리포터인 커스틴(루시 리우)의 개인 비서로 입사했다. 자신이 생각한 기자로서의 커리어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과 기사 하나 제대로 쓸 시간이 없이 일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남자주인공인 찰리(글랜 파웰)는 증권 애널리스트인 릭(타이 딕스)의 개인비서로 뚜렷한 꿈이 있기보다 재력을 쫒는 인물이다. 동료 직원의 진급에 질투도 하고 어린 여자친구와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기 위해 빨리 승진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에선 개인비서 일과 더불어 릭의 아들의 발표회 자리 맡기, 숙제 대신 해주기 등을 해주고 있다.

두 주인공들의 상반된 일에 대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사장의 연애사업을 진행시키면서 찰리의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하퍼에 의해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 초년생이 고민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대조적인 두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점이 결국 돈보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라는 고루한 교훈을 남기긴 하지만 찰리의 찌질한 모습을 통해 결국 그 교훈이 맞는 말이란걸 알려준다.

하퍼와 찰리가 상사 말 한마디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일 하는 모든 사람들의 신입시절을 생각나게 하지 않을까.. 나는 저렇게 안귀여웠던 것 같은데 저 둘은 뭔데 우왕좌왕하는 것도 귀여운 거지?

상사에 대한 존경심

상사들의 연애 성사를 위해 야구장으로 불러낸 장면에서 하퍼의 커스틴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다. 까다롭고 제 멋대로인 제 상사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외모에 대한 품평없이 한 기업을 운영하는 CEO로서 내뿜는 카리스마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일품이다.

커리어를 발전시킬 제대로 된 기회도 주지 않는 상사에게 원망보다 존경심을 갖는다는게 대단해보이면서도 의아햇는데 영화 후반부에 가면 그 존경심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커스틴이라는 성공한 CEO의 강단있는 일 처리 능력과 가정을 꾸리지 않은 싱글여성으로서 가정을 꾸린 친구들과의 괴리감을 견디는 모습이 루시 리우의 연기력을 만나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 만들어졌고, 이런 인물을 존경하지 않고서 그 곁에서 일할 수 없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연애 상대에 대한 고민

두 상사의 연애가 성사되면서 드디어 휴일을 즐길 수 있게 된 둘은 친구의 약혼파티에 참석한다.

연하의 모델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던 찰리와 데이팅앱에서 만난 남자와 잘 풀리지 않는 하퍼가 서로에게 드디어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장면인데 이게 아주 귀엽고 설레고 난리도 아니다. 둘이 뭔 사달이 나도 진작에 나겠다 싶었는데 피자만 먹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귀여웠던 장면…

찰리가 어린 여자친구에게 무시당하면서도 계속 사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불쌍했다. 영화 초반에는 여자친구가 불쌍했었는데 가면 갈수록 메달리고 있는 찰리가 불쌍해졌다. 여자친구가 좋아할만한 남자가 되고 싶어 발버둥 치고 있지만 이미 잡은 어장의 물고기 취급을 당하는게 안쓰러웠다. 보잘 것 없다해도 연인이란 사람이 그렇게 무시하는건 아니지.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찰리가 자신이 모델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걸 일련의 사건을 통해 깨달았다는 점? 일에 대한 가치관과 함께 연애에 대한 개념도 바뀌는 모습이 아주 사이다를 마신 듯 시원했다. 연애의 기준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기준이 아니라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았다는게 또한 마음에 들었다. 모델 여자친구도 절대 찰리와 헤어졌다해서 슬퍼하지 않을 위인인 것도 이 영화의 나름의 매력이랄까.

총평

귀여움 + 귀여움 = 나 죽음..ㅜ

다인종이 출연함에도 인종차별의 뉘앙스를 느낄 수 없고, 성차별적 요소도 없어 찝찝한 느낌 없이 개운하게 볼 수 있었다. 글렌 파웰이 나온다 해서 본 영화인데 영화의 귀여움에 치이고 루시 리우의 매력에 치여서 일시정지없이 단숨에 보게 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