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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 첫 문화유산 방문코스로 공주 공산성에 다녀왔다.
욕심같아서 무령왕릉과 박물관까지 같이 다녀오고 싶었지만 박물관은 월요일에 휴관인데다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공산성만 둘러보고 왔다.

성인 기준 입장료 3천원
문화유산 방문코스 스탬프는 두 종류가 있다. 공산성 전경이 새로 생긴 버전 같다. 유물 모양에는 그냥 antiquity route 라고만 적혀있는데
전경 스탬프에는 baekje antiquity route 라고 더 자세하게 적혀있다. 두 스탬프 모두 깔끔하게 찍혀서 기분 좋았다. 저 당시까지만해도
생각보다 그렇게 춥지 않아 다행이라고 정신나간 소리를 했었다. 주말에 중부 지역 대설 특보가 있었어서 눈 덮인 공산성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고속도로에서 눈을 보고 시내로 들어와선 구경도 못했다.  

소요시간 대략 2시간
지도만 봤을 때 작은 산성에 뭔가 되게 알차게 들어있다고 생각했다.
체력도 거지같은게 정신 나간 생각을 했었다고 보면 된다.
공산정은 확실히 오르지 않았고 나머지만 다 돌아봤다고 생각하지만
몇몇 스팟은 분명히 그냥 지나쳤을 것임을 감안해서
2시간이다.

고소공포증에 가파른 산길만 보면 숨도 못쉬는 겁쟁이라
가급적이면 산성 외곽으로 돌기보다 안쪽으로 돌려고 했지만
몇몇 장소는 무조건 외곽으로 돌아야 볼 수 있어서
선택지가 없었다.

초입에 있는 큰 나무
봄 나무는 잎이 나서 이쁘고 여름 나무는 무성해서 이쁘고
가을 나무는 단풍이 들어서 이쁘다면
겨울 나무는 잔가지마저 투명하게 보이는 솔직한 맛이 좋다.
겨울에 처음 만나는 여행지에서 저런 나무를 보면
나머지 계절에선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나를 산성 모든 문을 다 찾아보게 만든 문제의 백호
용맹한 얼굴에 귀여운 몸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른 사신도는 어떻게 그려져있을까 궁금함에
생각에도 없는 공산성 도장깨기를 했다.

공산성엔 영동루 금서루 진남루 공북루라고
산성의 4방위에 위치한 누각이 있다.
각 누각에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사방신을 상징하는
깃발과 그림이 그려져있다.

입구에서 가장 첫번째로 본게 백호였으니 공산성을 보는 시작점이
서쪽인 셈이었다.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나는 서쪽->남쪽->동쪽->북쪽
순서대로 돌고 나왔다,

동쪽에서 만난 청룡
깃발은 사방에 다 알맞게 꽂혀있었는데
그림은 백호와 청룡만 찾을 수 있었다.
현무와 주작은 어딜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저 청룡 그림을 그릴때 즈음엔
칼바람에 하도 얻어맞아서 더 찾아볼 노력도 안하긴 했다.

산성에서 운동 삼아 오신 어르신들보다도
내가 더 두껍게 입었던 것 같은데 나만 덜덜 떨면서 다닌 것 같다.

북쪽으로 가는 길에 들른 영은사
백제서 부터 조선까지 생겼다 없어졌다 했던 작은 사찰인듯 한데
대웅전과 다른 전각 그 외엔 스님들과 보살들이 생활하는 곳이 다였다.
대웅전에 놓인 저 관세음보살상과 탱화들은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할머니가 다니던 절에서 본 관세음보살상은 다 크기가 큰 편이었는데
이렇게 작은 보살상을 보니 낯설기도 하면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전내를 새로 재단장한건지 스님들께서 깔끔하게 잘 유지하는건지
정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공북루에서 뒤돌면 보이는 대나무숲
백제 왕궁터에 덩그러니 군락을 이루고 있는게
겨울이라 눈에 더 잘 들어왔다.
사실 내가 알던 대나무랑 생긴게 달라서
대나무 숲이 맞나 싶기는 한데
내가 아는 사시사철 푸른 나무는
소나무 아님 대나무밖에 없어서...


매 시간마다 해설사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한 시간대가 점심시간이기도 했고
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혼자 돌고 나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공산성의 전체적 분위기는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누각과 땅 밑에 잠들어있는
백제시대의 왕궁터를 깨우고 있는 발굴작업의 콜라보로
현재와 과거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

총평
날 풀리고 부처 오신 날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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