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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보여드릴 책은 유지원 디자이너의 글자 풍경입니다. 유지원 디자이너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고 현재 홍익대 겸임교수와 글을 쓰는 작가로도 활동 중입니다. 이 글자 풍경이라는 도서는 유지원 디자이너의 첫 번째 출판도서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이전에 중앙선데이에서 연재한 유지원의 글자 풍경에서 따온 모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도 잘하는 사람이 글마저 이렇게 잘 쓰다니. 그래도 유지원 작가 덕분에 디자이너가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길가에 서 있는 표지판과 벽에 붙어있는 지저분한 포스터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디자인을 전공한 적 없는 저로서는 새로운 안경을 맞추고 세상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유지원 작가가 독일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력 때문인지 이야기는 유럽에서 시작합니다. 루터의 종교개혁과 타이포 그라피를 연결해서 설명하기도 같은 언어권인 독일과 스위스의 폰트를 비교하기도 합니다. 유럽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 부분이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자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간다면 유럽 문화의 전반적 지식을 모르더라도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부제가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인 만큼, 작가가 한 문화권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유럽권, 동아시아권 외에도 영미권, 이슬람 문화권, 인도, 홍콩 등 다양한 나라를 문자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눈다면 전반부에는 세계의 글자를 이야기한다면 후반부에선 한글을 중심으로 글자 디자인이 주제가 됩니다. 한글과 알파벳이 가지는 차이점에서부터 한글의 역사, 현재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소개까지 작가의 안목이 빛나는 부분입니다. 특히 동양의 붓과 서양의 펜이 캘리그라피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은 분명 타이포그래피가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글을 읽었다기보다 글자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분명히 글자와 글자체, 해외와 국내의 글자체를 비교하는 글이 대부분인데 왜 이런 느낌이 날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책 속에 나오는 많은 인물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작가의 지도교수, 동료 디자이너, 서예가, 제자, 과학자들은 사연에 등장하면서 작가의 이야기에 근거가 되기도 하고 작가의 생각에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이런 점이 이 책이 글자 이야기를 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이 될 수 있었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타이포그래피엔 관심이 많지만, 아는 바가 많이 없다면, 혹은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고 있지만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합니다.